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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만 피하면 끝?"...투석 환자, 칼륨 관리가 생명 좌우 [인터뷰]
[인터뷰] 내과 전문의 홍관수 원장
투석 환자 체내 칼륨 축적 시 심정지, 근육 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
칼륨 수치 외 수분 섭취량, 수면·스트레스 관리도 치료의 연장선
"투석 환자는 바나나만 조심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에게 '칼륨'은 생명과 직결되는 요소다. 흔히 바나나처럼 칼륨이 많은 식품만 피하면 된다고 여기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투석 환자는 체내 칼륨 배출이 어려워 사소한 식습관도 심장 부정맥이나 근육 마비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과 전문의 홍관수 원장(세실내과의원)은 "칼륨 수치는 투석 환자에게 생명과 직결되는 요소"라며, 식단 조절부터 생활 습관,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까지 칼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핵심 관리법을 설명했다.
q. 투석 환자는 왜 칼륨을 특히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나요?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가진 사람은 소변을 통해 체내의 칼륨을 자연스럽게 배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석 환자는 신장이 거의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칼륨이 몸속에 쉽게 축적됩니다. 문제는 혈액 내 칼륨 농도가 높아질 경우, 심장 부정맥이나 심정지, 근육 마비 등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투석 환자에게는 칼륨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식사와 생활 전반에서 이를 조절하는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바나나' 외에 칼륨이 많은 대표적 음식이나, 환자들이 실수하기 쉬운 식사 습관은 무엇인가요?
많은 환자들이 '바나나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은 훨씬 다양합니다. 감자, 고구마, 시금치, 토마토 같은 채소는 물론, 오렌지·멜론·키위·아보카도 등 과일류, 다시마·미역 등의 해조류, 유제품, 견과류에도 칼륨이 풍부합니다.
또한 과일·채소를 착즙한 주스, 건강보조식품, 국물 위주의 식사 습관도 칼륨 과다 섭취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에 숨어 있는 칼륨까지 고려하면, 식품을 고를 때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칼륨 섭취를 제한하면서도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칼륨을 무조건 제한하기보다는, 조리법과 섭취량을 조절하는 '똑똑한 식사'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감자나 고구마는 물에 오래 담가두거나 데치면 칼륨이 일부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대로 먹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채소도 가급적 익혀서 섭취하고, 과일은 하루에 작은 사과 반 개, 바나나 3분의 1개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 기본적인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되도록 식단을 구성해야 하며, 식사량과 횟수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양사나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식단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관리 방법입니다.
q. 칼륨 조절이 식사 관리만으로 잘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식이조절만으로도 혈중 칼륨 수치가 안정되지 않는 경우, 약물 치료나 투석 빈도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칼륨 결합제'라는 약물을 사용하면 장 내 칼륨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자가 판단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해 현재의 칼륨 수치, 식사 내용, 투석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q. 이 외에도 투석 환자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생활습관이나 주의사항이 있을까요?
가장 기본은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자신의 칼륨 수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또한 자주 섭취하는 음식들의 칼륨 함량을 잘 숙지하고, 국이나 찌개처럼 국물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은 칼륨뿐 아니라 인과 나트륨 함량도 높아 가능한 한 피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직접 조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분 섭취량도 반드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조절해야 합니다. 과도한 수분 섭취는 혈압 상승과 부종, 칼륨 수치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수면, 스트레스, 과로도 신장 건강과 칼륨 조절에 영향을 주나요?
물론입니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과로는 혈압을 높이고 신장 기능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전해질 불균형이 심해져 칼륨 수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수면과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는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치료의 연장선으로 봐야 합니다.
q. 투석 환자도 운동을 해도 되나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네, 운동은 체력 유지와 혈액순환 개선,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투석 환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투석 방법에 맞춰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은 가벼운 걷기, 스트레칭, 저강도 유산소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운동 전후에는 수분과 전해질 상태를 꼭 확인하고, 몸에 부담이 되는 고강도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석 환자의 칼륨 관리는 생명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렵고 까다로워 보일 수 있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 때는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며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